잡 생각

낭만 뱃사공 2011. 10. 6. 12:16

얼마전 신문의 인물동정란에 예전에 만났던 남자가 나왔다. 1급 뭐로 승진했다고 나오는 거다. 원래 그런데는 잘 안보는데 그날따라 새벽에 일어나서 신문을 보았다. 사진을 보니 확실하다. 갑자기 배가 아팠다. 내가 왜 안방에서 자는 저인간하고 결혼했을까 .. 열불도 같이 났다.

 

점심때쯤 왜 그사람하고 계속 안만났었는지 생각을 해보았다. 그때 꿈때문에 그랬다. 뭔가를 결정해야 하는 그 시점에 꾼 꿈에 김장 하는 다라(일본말 써서 죄송합니다^^)가 세개나 있는데 거기에 회색 양잿물과 빨래감이 그득한 거였다. 나는 그사람하고 결혼하면 뭔가 빨래나 뒤치닥거리를 해야 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남편하고 결혼할 때쯤 꿈을 꾸었는데, 길에서 차를 기다리는데 까맣고 기다란 차(이른바 세단이라고 하는)가 내 앞에 서는 것이었다. 이게왠 떡이냐 하고 탔는데 옆에 어떤 남자가 같이 타는 것 같았다. 한참을 가는데 누가 내 옆구리를 툭툭 치길래 보니 그 어른 남자는 간데 없고 한 3살이나 되었을까한 눈이 똥그란 남자아이가 나를 빤히 올려다 보고 있는데 3살먹은 것이 섹슈얼한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1급승진한 남자는 386운동권이었는데 아마도 그사람이랑 결혼했으면 그 뒤치닥거리하느라고 고생했을거다. 남편? 정신연령이 3살이다. 나는 그 남자애가 둘사이에 낳는 아이라고 해석했는데 아들놈이 그리 눈이 똥그랗지도 않거니와 시집에 가서 남편 어릴 적 사진을 보니 딱 그런 것이 생각났다. 

 

그러고 나니 남편을 감당 내지는 수용하기가 쉬워졌다. 그동안 성인 남자로 대하며 불만족해서 싸웠는데 저인간이 정신연령이 3살이지 하면 참을만 하다는 거다.

 

2004년 9월 23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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