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 생각

웬 여사님?

낭만 뱃사공 2011. 10. 6. 12:21

수요일 저녁 서울가는 비행기에서 피곤에 절어 비몽사몽하고 있는데 스튜어디스가 음료 서빙하면서 여사님 뭘 드시겠냐고 물어보는 것이었다. 설마 하며 커피를 달래서 마시고 있는데 이번엔 사탕 바구니를 들이밀며 또 여사님 사탕좀 드시겠냐고 물어보는 것이었다.

 

상당히 기분나빴다. 아무리 40을 넘어간다 하여도 여사님이 뭔가.. 더군다나 여사님은 결혼한 여자란 뜻으로 남편이 있는 여자란 뜻으로 알고 있는데.. 기분 무지 나빴다. 비행기 내리면 당장 아시아나 홈페이지가서 써야겠다고 맘먹었다. 그냥 손님이라고 하지..

 

더군다나 내가 여사님으로 보이다니 그 스튜어디스 눈에 내가 얼마나 나이들어보이는 것일까.. 하고 있는데 비행기를 내려서 셔틀버스를 탔다. 문앞에 목월선생의 아드님인 박동규선생님이 타고 계셨다. 대학때 명강의로 유명해서 현대문학론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박동규선생님한테 한 중년 남자가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반가이 하는 것이 아니니 국문학과 제자는 아닐터이고, 정중하게 인사를 하는 걸 보니 그냥 티비에서 본 얼굴이라 하는 것도 아닌 것 같고.. 아마도 나처럼 학교때 강의정도 들은 사람같았다. 나랑 같은 또래거니 싶어 얼굴을 보니 나이가 참 먹어보이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눈에도 내가 저남자정도 들어보이겠지 하니 여사님이라고 부른 스튜어디스를 탓할것도 아니었다.ㅠㅠ

 

광화문 스타벅스에서 7시 반쯤 선배언니들을 만났다. 81, 82들이니 사십 초반이다. 그날 한 말중 몇가지 명언

 

우리 이제 계하자. 우리도 그럴 나이가 되었지.

나는 고독해서 담배를 펴(너무나 진지하게)

내향형이라 사람들 대하는게 힘들어서 밤새 뒤척이다 담달이면 역사가 나를 불러서 또 뛰어나갔지.

나보고 여사님이래

 

저녁먹고 어쩌다 들어간 커피숍이(고독해서 담배를 핀다는 선배언니가 비어랑 커피랑 같이 나오는 곳이라야 한다고 해서 찾은) 요즘 분위기에 안맞게 80년대 분위기 였다. 갑자기 20년을 확 거슬러 올라간 것 같았다.

 

계를 하기로 했다. 20년전에 했던 마니또 게임을 1월에 만나서 하기로 했고.. 마음은 그때인데 세월은 지났다.

 

2004년 12월 8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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