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스크랩] 아줌마 4인방 유럽가다. 1

낭만 뱃사공 2011. 1. 8. 14:47

여행기를 써보려고 며칠을 다짐하다가 되든 안되든 시작했다. 사실은 여행기를 쓰려고 여행다닐때부터 조금씩 메모를 하다가 망통과 베로나 사건 이후 힘이 빠져 안쓰다가 런던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더 잊어버리기 전에 메모를 마쳤다.

 

밑의 소심 오남매 여행기를 벤치마킹했다.

 

1. 여행 동기

 

이른바 학회 참가 여행이다. 사실은 학회는 한 3일되고 나머지는 학회 빙자 여행이다. 이번에 너무 재미를 봤다. 지금 다음번 학회에 자신이 제외될까 하여 치밀한 물밑작업을 하는 사람 여럿있다. 아마 이 여행기 보고 나도 어떻게 들어가 볼까하여 작업들어갈 사람도 여럿있을거라 생각된다.

 

2. 등장인물 소개 및 팀 이름

 

독일의 로만틱 가도에서 길이 끊겼다. 길을 끊고 공사를 하면 돌아가는 길을 표시해 놔야지. 그런데 돌아가는 길의 표시가 없었다. 그러나 우리가 누구랴. 무적의 한국 아줌마 아닌가.. 독일어도 잘 못하는 가우디가 단지 25라는 숫자를 발견하고 직감적으로 저기가 돌아가는 그 길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또한번은 부루헤에서 책에 나온 홍합요리를 먹으러 별로 헤메지도 않고(사실은 헤맸다ㅠㅠ) 음식점에 도착했다. 자리에 앉으며 한 말 '우리는 뭐든지 한다. 무적의 한국 아줌마'였다. 내 맘대로 이번 여행 팀의 이름은 '무적의 한국 아줌마! 뭐든지 한다'로 정했다. 이의 있으시면 말하세요.

 

먼저 등장 인물의 구성과 핵심적 역할 및 명칭을 소개하려고 한다. 우리 일행은 아줌마 4명이다. 정확히는 한 대학원 연구실에서 최소 2년에서 최장 몇년인지 모르겠으나 여하튼 오랫동안 알아온 사이이다. 참고로 나와 왕언니, 천안댁언니는 87년에 첨 만났으니 몇년을 알아왔는지 알아서 계산해 보시라.

 

첫번째로 우리 팀의 연장자이자..이번 여행에서 가장 정말 수고 많았다고 할 수 있는 우리의 왕언니. 우선 재정을 담당했다. 또 비행기표 일정 조정을 위해 대표로 여행사와 대화했다. 신혼때 유럽에 몇년  산 경험을 바탕으로 길잡이 노릇을 톡톡히 했다. 길을 잃으면 길을 물었다. 대표로. 그리고 무엇보다 나에게 중요한 '요리'를 했다. 아주 기쁘게.

 

사실상 가장 중요한 경제권과 요리를 담당했으니 우리 팀의 실세라고 볼 수 있다. 여행준비를 제일 많이 하고, 진행을 시켰다. 이지젯 예약하기, 런던에서 라이언킹 뮤지컬 예약하기, 프랑스에서 첫날밤을 지낸 포뮬완 예약하기, 비행기표 예약하기, 만약 이 왕언니가 없었다면 이 여행은 없었을 것이다.

 

                              [혼자 찍은 사진이 없어, 왕언니가 싼 김밥으로 대신함]

 

두번째로 천안댁언니이다. 나는 이 언니와 석사때 2년을 함께 지냈지만 이 여행을 하면서 천안댁언니의 진면목을 보게 되었다. 아마도 우리 남편과 같은 유형의 성격이라 추정되어서 그런지 더 관심이 갔다. 나중에는 이 언니의 부드럽고 부담없는 말투를 배우고자 하는 열망도 생겼다. 주로 단정짓는 내 말투에 비해 이 언니는 여자답고 부드럽고 부담없게 말을 했다. 그리고 이 언니는 끝까지 안잊어버리고 기억하고 복수하는 나에게 잊어버리고 용서하는 미덕을 가르쳐 주었다. 내가 시집 욕을 줄창 하고, 대구 아지매가 거기 좀 부응하고 나면 이 언니는 뭔가 일이 많았는데 다 잊어버렸다고 했다. 이것이 바로 천안댁 언니의 복의 근원인 것이다.

 

이 언니가 한 일은 주로 나와 함께 한 운전이다. 총 6234킬로를 달렸는데 절반은 천안댁언니가 했을 거고 나머지는 내가 했다. 그중에는 밀라노에서 전철 노선위를 달려서 뒤에 전철이 쫓아오는 경험과, 베르동에서 다리 아프게 클러치를 밟으면서 올라갔다 내려온 것 등등 이 포함되어 있다. 나중에는 '내가 운전대만 잡으면 왜 이런 길이 나오지이?' 했다. 나라면 '도대체 왜! 내가 운전만 하면 이런 길이 나오는 거야!' 했을텐데. 저렇게 부드럽게 표현했다. 3박4일 배워야 혀! 그리고 두번째 한 일은 영어를 써야 할 때 나서주는 거였다. 다른 영어는 다 괜찮았는데, 혹시 몇푼이라도 파운드로 외화획득을 할까 하여 이지젯 몇시간 늦은 걸로 보상이라도 받아보려고 이지젯 직원한테 영어로 따지는데 얼굴과 영어의 내용이 안맞았다. 따지는 영언데 얼굴은 그것을 안따라 준 것이었다. 내가 영어만 좀 됐어도 해보는 건데..

 

세째 대구 아지매다. 젤 막내지만 젤 키가 크다. 이 친구의  한 일은 주로 온갖 잡일이다. 설겆이 하기, 짐들고 다니기(것도 파리에서 김치냄새 풀풀나는 배낭 들고 다니기. 배낭을 왜 들고 다녔냐먼 메고 다니면 뒷사람한테 냄새가 너무 나기 때문에) 등등이다. 그리고 화장실가자고 이야기하기가 주된 업무였다^^.

 

이 친구의 특성은 겁이 많다는 것이다. 자기는 주로 여행에 대한 불안이라는 말로 표현했지만. 프랑스에 도착한 첫날 공동 화장실과 욕실을 쓰는, 프랑스 남자들이 득시글거리는 포뮬완에서 새벽에 오줌마려워서 깼다가 오줌보가 터져 죽느냐 프랑스 남자한테 놀래 죽느냐로 생사를 건 고민을 하다가 프랑스 남자한테 놀래 죽기로 결정을 하고(오줌보가 터져 죽으면 냄새도 너무 나고 언니들이 치우느라 고생도 하고, 무엇보다 추해보이니까^^) 문을 나섰다는 일화가 있다. 그러나 런던에서 마지막날 라이언킹을 같이 못보고 혼자 돌아서야 했을 때 혼자서 런던 관광을 하고 피자헛에서 스파게티도 사먹는 용감함을 보여주었다. 하면 되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이 여행기를 쓰고 있는 인물로 유럽에 가서 가우디란 별명을 얻은 바로 나다. 주된 역할은 차에 관한 모든 것(차 예약하기, 또 뭐더라 음음..)과 짐싸기,  어두운 고속도로에서 별보고 길찾기(으흠) 등등이다. 그리고 왕언니가 길물어보는데 지나가는 멋진 남자 있으면 또 물어보기도 빼놓을 수 없다. 참참 발명하기도 있다. 물병 남은 걸로 숟가락통만들기, 치솔통 만들기, 휴지통 만들기 등등이다. 이걸 사진으로 남겼어야 하는데 아쉽다.

 

 

 

출처 : 드라이빙 해외여행
글쓴이 : 달빛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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