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을 운전해서 가다보니 푸른 밭이 나오고 저 끝에 수도원이 보였다. 만나는 곳의 피라미드 암벽위에 세워전 수도원이다. 예전엔 썰물이 들어오면 외부와 단절되었는데 그래서 수도원안에서 모든 것이 다 조달된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도 베네딕트회 수도사들이 수도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유럽에 가기 전에 읽었던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에서도 몽셍미셀의 수도원을 방문한 내용이 나온다. 즉 아직도 살아있는 수도원인 셈이다. 수도원 앞의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수도원 안으로 들어갔다. 안내소에 들어가니 돈을 주고 사야되는 것들이어서 그냥 나왔다ㅠㅠ.
좁은 중세 골목 같은 곳을 지나가는데 빵집, 기념품점, 음식점 호텔 등이 있다. 마치 중세 영화안으로 들어온 느낌이었다. 조금 올라가니 조그만 성당이 나왔다. 성당은 자그마 했으나 고풍스러웠다. 2유로를 내면 초를 사서 제단에 바치고 기도할 수 있었는데 동전이 없는 관계로 기도만 했다. 인숙언니는 방명록에 우리 여행이 행복하게 해 달라고 썼다. 좀더 올라가니 침묵속에 식사하는 방도 나오고, 거대한 방들이 다 용도가 정해져 있었다. 예를 들면 이곳에 온 손님들을 정화시켜서 안으로 들어가게 하는 방, 명상하는 방, 기도하는 방 등등 또 밖으로 연결되던 다리를 움직이는 바퀴로 주로 수도원에 갇혀있던 죄수들이 돌렸다고 한다. 누군가 나가면 죄수들이 큰 바퀴를 돌리는 것이다.ㅎㅎ
몽셍미셀의 중정(여러 방들을 지나다보니 갑자기 정원이 나타났다)
몽셍미셀에서 나와 휴게소에서 김밥을 먹었다. 햄(한국에서 대구아지매가 가져왔다)과 단무지, 김치등을 넣어 왕언니가 싼 김밥은 엄청 맛있었다. 그리고 식후의 맥심커피 한잔.
내일 모레 파리에 들어가 새벽에 공항에 도착하는 천안댁 언니를 맞아야 했으므로 렌느를 지나 파리로 가야하는 길을 나섰다. 다사 펼쳐지는 밀밭. 어린왕자의 여우가 나타날 것 같았다. 셍 떽쥐베리가 왜 밀밭을 배경으로 어린왕자를 썼는지 이해가 갔다. 그리고 이름모를 주황색 작은 꽃들.. 왕언니가 개양귀비라고 했다.
오후에 렌느에 도착했다. 유럽여행은 여름에 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밤 열시까지 해가지지 않으므로.. 우리나라보다 북쪽에 있기 때문에 10시 반까지 환하다. 반대로 겨울엔 3시 반이면 해가 진다고 한다. 그래서 겨울에 유럽을 여행하면 자기와 만난다고 한다. 3시 반이후엔 외롭게 혼자 있어야 하니까.. 여름의 유럽여행은 점심먹고 돌아다니고 저녁먹고 돌아다닐 수 있다.
렌느는 브르따뉴 지방의 중심지였다고 한다. 지금도 브르따뉴 지방의 도청소재지이다. 예전에 중세엔 브르따뉴 공작이 힘이 셌다고 한다. 렌느의 중심가에 있는 성당은 브르따뉴 공작이 대관식을 거행하던 곳이라고 한다. 모르들레즈 문이라는 사실 문이라기 보다 골목같았는데 그 문을 통과해서 성당에 들어가야 정식으로 브르따뉴 공작임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유럽의 모든 도시의 중심부엔 성당이 있다. 프랑스에서는 까데뜨랄, 이탈리아에서는 두오모라는 이름으로.. 그래서 도시마다 들어가 성당을 찾으면 대부분의 중심가에 있는 유적들을 볼 수 있다. 렌느의 중심가에 있는 인포메이션 센타 지하에 차를 세우고 나와서 미현언니한테 전화를 하고(숟가락 특히 젓가락 3쌍 가져올 것, 김밥 김 가져올 것, 라면은 많다. 국거리 가져올 것 등등을 당부) 길을 나섰다.
돌아다니다 성당에 들어가는데 옆문으로 어떤 종지기 아저씨가 사람들이 기도하고 남은 촛대를 잔뜩 담아서 나오는 것이었다. 성당을 구경하고 있는데 그 아저씨가 성당의 중앙 복도에 떨어진 것을 무릎을 끓고 쓸어 담는 것이었다. 나는 그걸 보고 왕언니한테 "노틀담의 꼽추같아요" 했다. 우리가 제단 앞에 서서 구경을 하니 다가와서 영어로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고, 예수님이 우리 죄를 위해 돌아가셨고 등등을 설명했다. 나는 지금까지 사람의 말이 가슴으로 와 닿는 경험을 처음 했다. 그래서 아멘 했더니 나보고 카톨릭이냔다. 그렇다고 했더큐 댕큐 한다. 펠리칸 모양의 새도 있었는데 그 노틀담의 꼽추 아저씨가 하나님이 펠리칸처럼 먹을 것을 입에 넣어다 우리를 먹이신다고 했다. 그건 금시초문인데 가는 성당마다 펠리칸이 있었다. 우리나라에는 왜 펠리칸이야기는 교회나 성당에 안 전해진 거지? 아마도 한국엔 펠리칸이 없어서 설명해도 모르니까 그런가보다.
시청 광장의 노천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내 앞에 앉아 있던 대구 아지매가 내 뒤에 앉아있던 두 남녀의 길고 깊은 키스를 목격했다. 허리가 90도 각도로 꺽어지고 어찌나 오래 하는지 자기가 숨이 다 막히더라고 했다. 에구 아깝다. 나랑 자리 바꾸지..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갈 수 없지. 쇼핑가를 지나 라파이에트 백화점에 들어갔다. 쇼핑가에서 여정이 분홍 샌달을 하나 샀다. 백화점에서 나와서 주차한 곳으로 돌아오는 길을 좀 헤맸다. 헤매면서 아까 못찾았던 모르들레즈 문을 보았다는게 수확이긴 하다. 유럽의 길은 방사형 구조로 되어 어 한번 길을 잃으면 목적지에서 점점 멀어진다. 한국에서처럼 사각구조의 거리로 지각했다가는 길을 한참 헤맨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는 아직 날은 환하지만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팠다.
대구아지매는 저녁 6시 이후에는 아무것도 안먹는 걸로 지금의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6시 이후엔 우리도 아무것도 못먹었다.ㅠㅠ. 길위에서 어쩌다 6시가 지나면 먹을 걸 안줬다. 왕언니와 나는 그김에 몸무게를 줄여볼 요량으로 같이 굶었다, 이러다 돌아갈 때 흘러내리는 바지잡고 내리는 거 아니냐고 낄낄거리면서.. 그리고 돌아가면 아줌마들 모아서 다이어트 겸 여행을 기획해보자는 얼토당토 않은 말을 하면서 돌아다니다가 허기가 져서 멀리 못가고 어느 이름모를 마을의 트럭운전사들이 주로 투숙하는 포뮬완에 짐을 풀고 허기진 배를 끌어안고. 트럭운전사들한테 잡아먹히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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