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느 가까이 트럭운선사들이 묵던 포뮬완에서 다행히 살아나와 파리로 향했다. 내일 새벽 천안댁 언니를 맞기 위해 오늘 저녁에는 파리에 들어가서 자야한다. 그 포뮬완은 사방이 콘테이너들로 둘러싸여 있고, 주로 남자들만 묵었다. 어떤 할아버니는 우리를 너무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아리따운 동양아줌마들을 처음 보는 것일까?^^
처음 눈에 띄는 까르푸에 들러 시계를 샀다. 까르푸 점원의 영어솜씨가 서틀렀다. 아님 내가 발음이 안좋던지.. 하지만 외국에 가서 제일 쉬운 것은 물건을 사는 것이다. 그들은 팔아야 하기에 눈치코치로 우리가 원하는 것을 알아낸다. 내가 사겠다고 말하니 못알아 듣다가 지갑을 꺼내니 알아들었다. 이제 쇼핑하러 가도 걱정없다. 시계가 있으니.. 몇분 후에 만나자고 하고 각자 흩어지면 되는 거다.
나는 물건을 사는 결정을 잘 못한다. 그뿐 아니라 모든 결정을 뒤로 미룬다. 사실 시계없이 한 이년 살았다. 핸드폰에 시간이 나오니 그리 필요도 없었고.. 유럽에서는 핸드폰을 사용하지 못하니 시계가 필요할 듯 하여 사려고 했으나 미루다 못샀다. 비행기 안에서 사려고 뒤적였다가 살만한 게 있었는데도 미적거리다 못샀다. 나중에는 이 시계가 깨져서 바꾸지도 못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출발할 때 사려고 했던 시계를 샀다.ㅠㅠ.
세상에는 결정을 빨리 하는 유형과 결정을 뒤로 미루는 나같은 유형이 있다. 결정을 미루다 보면 막차를 타거나 막차를 놓친다. 혹은 미루다 결정을 했을때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유럽에서는 그러기 힘들었다. 여기서 결정하지 않으면 돌아갈 수 없는 것이다. 여기서 맛있는 것을 먹지않으면 못먹는 것이다. 더 가면 여기서 파는 맛있는걸 먹을 수 없다.
까르푸에서 고기와 과일과 타르트를 샀다. 고기는 채식주의자인 천안댁언니가 오기전에 미리 먹어두기로 했으므로.. 상추와 비슷하게 생긴 걸 사서 까르푸 화장실에서 씻었다. 우리 때문에 손을 못 씻고 나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럴때마다 '사요나라' 했다. 일본사람들인줄 알라고.. ^^ 나름대로의 국위선양이라고 자위하면서 그러면서도 웃겨서 계속 웃었다.
타르트는 조그만 파이같은 건데 어렸을 때 어떤 여자아이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거짓말을 하지 말자는게 주제인 동화에 나왔던 거다. 혼자 있는데 누가 타르트를 주고 갔는데 엄마올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하나씩 꺼내 먹고는 쥐가 먹었다고 거짓말 하는 내용이다. 아무리 상상해도 그 맛있는게 뭔지 알 수 없었는데 이제 보니 정말 앙징맞고 귀엽게 생겼다. 나라도 그러겠다^^
내가 어렸을 때는 주로 국내 창작동화보다는 외국 동화가 번역되어 팔렸다. 것도 일본말로 번역한 걸 한국말로 번역한 것들이었다. 요즘은 원어를 직접 번역한 것도 완역한 동화들이 나온다. 예를 들면 하이디, 기암성, 해저이만리 등등이다. 그런 외국동화를 읽고 자란 나는 유럽이 동화의 나라같았다.
파리로 가는 길에 어느 작은 마을에서 점심을 먹었다. 한국에서 가져간 고기 양념으로 양념을 하여 먹는데 정말 맛있었다. 그리고 주변이 아름다왔다.
아름다운 호숫가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으니 우리가 동화의 나라로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동네 사람들도 도시락을 가지고 와서 먹고 갔는데 우리가 제일 오래 있었다. 일어나며 시계를 보니 약 2시였다. 왕언니가 점심먹고 장시간 수다떠는 건 프랑스식이라고 했다. 우리는 벌써 며칠만에 프랑스식으로 사는 것이었다. 아! 놀라운 적응력이여!
2시까지 앉아서 먹고 떠든 내용은 정말 실없는 것이었다. 스페인에서 퍼밍 크림을 살건데 날개살(팔을 펴면 밑에 쳐지는 살)에 바를 꺼다. 날개살이 점점 커져서 정말 날라다니게 되면 어떻게 하지?? 이런 쓸데없는 소리를 하며 웃었다. 사춘기 여학생들도 아니고 40이나 넘은 아줌마들이 이런 실없는 소릴하며 웃고.. 어렸을 땐 몰랐지만 나이가 들어도 어릴 적 마음 그대로인거다.
사르트르 성당은 장미문양의 스테인드글라스로 유명한 성당이라고 한다. 석양의 스테인드클라스가 아름답다고 한다. 마침 저녁때였다. 공원같은 곳에 시간 주차를 하고 성당으로 갔다.
사르트르 성당에는 성모마리아의 베일이라는 것도 있었고, 성당을 지은, 혹은 성당과 관련된 사람들의 관이 놓여져 있었다. 관은 좀 섬뜩했다. 장미문양의 스테인드글라스는 아름다왔지만 사실 별 감흥이 없었다.
사르트르 성당의 장미 문양이 얼마나 아름다은지 난 잘 모르겠다. 성당의 건축 양식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것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성당이 쓰러져간다는 것이다. 물리적으로 쓰러져가는 것이 아니라 영적으로 죽어간다는 것이다. 성당은 관광지였다. 성당이 쓰러져가니 도와주세요 하는 글과 봉헌함이 있었지만 사실 봉헌함이라기보다는 모금함같았다. 렌느의 성당은 종지기라도 지키고 있어 우리에게 메시지를 주었다. 그가 무릎끓고 쓰레기를 쓸어담는 모습자체로 어떤 아름다운 부조물보다 감동을 주었다. 하지만 사르트르 성당은 기념품 파는 사람, 청소하는 사람만 있었다. 이탈리아의 성당에는 기도하러 온 마을 사람들이 눈에 띄었고, 쾰른의 성당에선 신부님도 보았다. 하지만 사르트르의 성당엔 관광객과 상인만 있었고 성당은 죽어있었다. 아름다운 유적일지는 몰라도 성당은 아니었다.
저녁에 파리에 진입했다. 포뮬완의 입간판을 포뮬완자체인줄 알고 들어갔다가 다시 돌아나와서 간신히 포물완을 찾아갔다. 저녁을 해 먹고 10시쯤 동네구경을 하러 나섰다가 겁많은 대구 아지매와 나는 무서워져서 얼른 들어가자고 겁없는 왕언니를 잡아 끌고 들어와 잤다. 내일은 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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