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스크랩] 아줌마 4인방 유럽가다 7/5 쉬농소성-위제성-오를레앙-쁘와띠에 뚜르

낭만 뱃사공 2011. 10. 6. 13:35

오랫만에 다시 쓰는 여행기이다.

 

아침으로 미역국을 먹고 출발했다. 이게 어디표 미역국이냐고 하면서.. 원래 솜씨없는 여편네가 재료탓을 하므로..^^ 그런데 누가 어디표 미역국이냐고 물었는지는 자세히 생각나지 않는다^^ 영국에서도 민박집 된장찌게가 맛있길래 이 된장이 무슨표냐고 물었다. 다들 그 된장으로 한국가서 된장찌게 끓일 요량으로.. 허나 해찬들 된장이라는 허무한 대답이 돌아왔다. 어느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솜씨가 중요한 것이었다. 여하튼 미역국은 맛있었다. 그리고 김밥까지 싸서 출발했다.

 

쉬농소성에 도착했는데 들어가는 플라타너스 길이 시원하고 아름다웠다. 일찍 도착한 편이라 더 시원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들어가는 입구에 무슨 경호원같은 복장을 한 남자들이 서 있어서 이채로왔다.

 

쉬농소 성은 여인들의 성이라고 한다. 앙리 2세가 애첩인 디안에게 주었다가 앙리 2세가 죽자 왕비인 까뜨린느 드 메디치가 빼앗았다고 한다. 디안은 메디치보다 20살이나 많았는데도 앙리 2세의 애인으로 질투의 대상이 되었다고 한다. 돈많기로 유명한 메디치가에서 태어나 왕비가 되었는데도 왕의 사랑은 얻을 수 없었던 메디치의 마음이 어땠을까 잠시 생각해보았다. 더우기 2층에 다섯왕비의 방은 메디치와 함께 거주했던 딸과 며느리 다섯이 모두 왕비가 되어서 그렇게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나는 다섯 침대가 주르륵 놓였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각각 이어진 방이었다. 영화로 알려진 여왕마고도 이 다섯왕비중에 하나라고 하였다.

 

들어가 보니 접견실에 붙은 작은 예배당이 아름다왔다. 접견실이 바닥은 흰색이었는데 자세히 보니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구석은 파란색 타일로 구운 것 같았다. 사람들이 하도 밟고 다녀 타일이 벗겨져 하얗게 되었는데 남아 있는 파란색 타일만으로도 예전에 어떠했을지 짐작이 갔다.

 

쉬농소에서 맘에 드는 곳은 여왕의 서재와 부엌이었다. 여왕의 서재는 서재에서 강이 내다보였다. 쉬농소는 다른 성처럼 방어나 전쟁의 요새가 아니라 주거용으로 아름답게 강위에 지은 성이다. 쉽게 말하면 다리위에 성이 있다고 생각하면된다. 서재를 통과하여 강이 지나가는데 여기서 공부하면 공부보다는 시가 나올 것 같았다.

 

부엌은 감탄스러울 정도였다. 성의 맨 아래층에 있는 부엌은 강에서 물자를 조달하기 쉽도록 되어었고, 강의 물을 퍼올리는 수도시설까지 갖추어져 있었다. 푸줏간의 방은 피로 더러워졌을 때 쉽게 닦을 수 있도록 수도가 되어져 있었고 다른 공간과 분리되어 있었다. 스프나 뭔가를 끓이는 방, 빵을 굽는 오븐이 주로 있는 방, 하인들이 모여서 식사하는 방 등등이 잘 나뉘어져 있고 정리되어 있었다. 하인들의 방에서 디안의 정원이 보였으니 이런데서라면 하인도 할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여왕의 서재에서 공부를 하던가..

 

다른 성보다 이 성은 계단이 넓고 완만했는데 여인들이 드레스를 끌고 다니기 편하도록 그렇게 되어 있다고 했다. 그리고 영화에서 본 것처럼 긴 회랑도 있었는데 세계대전때(1차인지 2차인지 묻지마시라 모른다.) 야전병원으로 사용해서 쉬농소에 대한 원성은 별로 없었다고 한다.

 

나오면서 디안의 정원과 메디치의 정원을 구경했는데 디안은 애인임에도(한국식을 첩) 소박하고 단정한 정원을 가꾸었고, 메디치는 화려했다. 내 생각에는 본처는 소박이고 첩은 화려인데..

                             쉬농소의 부엌 창

 

쉬농소는 참 좋았다. 사실 여행기를 쓰는게 번거롭기도 하지만 꼭 기억하고 싶어서이다. 쉬농소를 꼭 기억하고 싶다. 그래서 쓴다. 몇가지 쓸게 더 남아있다. 베로나, 베르동.. 다음 여행을 가기 전까진 이 여행기를 마치려나..^^

 

점심으로 김밥을 먹고 위제성으로 향했다. 위제성은 잠자는 숲속의 공주의 모델이 되는 성이라고 했다. 성에 가서는 입장료가 비싸 못들어갔지만 사실은 가는 길이 좋았다. 차가 하나 지나갈 정도의 시골 좁은 길을 가는데 나는 여행다닐때 이런 길이 좋다. 알려진 길보다 아무도 못가본 길, 다시 찾아가려해도 다시는 못올 길. 그 지방사람들이 다니는 소박한 길..

 

 

오를레앙을 거텨 쁘와띠에를 지나 뚜르로 향했다. 

 

여행에서 돌아와 무슨 프랑스 영화를 보는데 이때 지나간 지역들이 나오는 거였다. 어찌나 반갑던지.. 얼마전엔 해리포터 불사조 기사단을 재독하는데 거기서 엘리펀트 캐슬이 나오는 거였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지명인데 하고 한참 생각하니 민박집갈때 내려야 하는 버스 정거장이 다가올 때 우리가 꼭 확인하던 정거장이름이었던 것이다. 이런 것이 여행의 소득인 것이다. 뭔가 듣고 읽을 때 머리속에 지도가 그려지는 것. 그렇지 않으면 아는 대로 해석해 버리기 쉽다. 예를 들면 유럽가기 전에 잠자는 숲속의 공주나 헨젤과 그레텔 같은 데서 숲이 나오면 나는 당연히 산=숲이므로 헨젤과 그레텔이 산속을 헤매는 걸 연상했다. 그런데 유럽에 와보니 유럽의 숲은 평지에 있는 숲이었던 것이었다. 어느 위인전만드는 회사에서 그 위인의 나라에 있는 화가에게 그림을 그리도록 했다는데 그건 이런 맥락에서 옳은 거 같다. 또, 어린왕자에서 왜 밀밭이 나왔는지.. 고호가 왜 해바라기를 몇점씩이나 그렸는지..그건 우리나라의 논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고개만 돌리면 밀밭, 해바라기 밭인 것이다.

 

프랑스는 유럽에서 몇 안되는(유일이라고 생각되는데 확신할 수 없어서.. )식량자족국가라고 한다. 자족뿐아니라 수출까지 한다고 한다. 예전에 대학때 명강의로 유명한 목월시인의 아들인 박동규선생님의 현대문학강의에서 '캐나다를 여행하면서 낙엽이 쌓이고 쌓여서 옥토가 되었는데도 아무도 경작할 사람이 없어 그냥 있는 걸 보고 우리나라사람들이 생각나서 울었다'고 한 것이 생각났다. 70%가 산인 우리나라에서 경작할 땅은 적고, 사람은 많아서 조그만 땅에도 여러 사람이 단위당 소출량을 늘이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데, 프랑스는 산이 없고 모두 밭이었다. 밀밭, 해바라기밭, 포도밭, 꽃밭, 꽃밭도 그냥 보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향수를 만들기 위해 경적하는 ...끝도 없는 밭들을 보면서 부럽기도 하고 화가나기도 했다.


출처 : 드라이빙 해외여행
글쓴이 : 달빛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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