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우디가 된 사연을 쓰려면 최소한 이날에 관한 이야기를 써야 한다는 일념으로 다시 여행기를 시작한다^^.
스페인 국경의 뻬르삐냥의 에탑에서 하루밤 자고, 바르셀로나로 떠났다. 저녁때 다시 돌아와 자기로 하고... 유럽에 와서 처음으로 국경을 넘는 날이라 신기하고 설레었다. 드디어 프랑스를 떠나는 구나(오늘 다시 돌아올 거지만..^^) . 사실은 적어도 며칠전에 이 길을 지나갔어야 되는 일정이었다.
국경을 넘는 일은 싱겁기 그지 없었다. 아무도 지키지도 않는 것이었다ㅠㅠ. 반도국가에서 것도 북쪽이 꽉 막힌 동네에서 국경을 넘는 것은 금단의 선을 넘는 것같은 생각이 든다. 그동안 삼팔선을 소재로한 영화나 소설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우리는 목숨걸고 넘는 선을 그들은 후딱후딱 넘고 있었던 것이었다.
바르셀로나에서 성가족 성당을 들어가는 일은 대체로 프랑스보다 후진국 같은 느낌었다. 좀 지저분하고 정리가 안된.. 운좋게 금방 헤매지 않고 성가족 성당을 찾았다. 근처의 빌딩 지하에 주차를 하고 나오는데 동양인 냄새가 나는 주차 관리인 할아버지가 필리핀에서 왔냐고 물었다. 아니라고했더니 자기 할아버지가(증조할아버진가??) 필리핀에서 왔단다. 필리핀이 스페인의 식민지였을 때 건너온 모양이다. 그래서 동양인인 우리가 반가웠나보다.
예전에 미국의 요세미티에서 숙소를 찾다가 만난 어떤 할아버지가 생각났다. 그 할아버지는 한국말은 하나도 모르는데 증조할아버지인지 할아버지가 한국인이라고 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하나도 모르고 자기 성이 한국 성인것만 알았다. 왠지 그 할아버지 생각이 나면서 좀 슬펐다.
성가족 성당은 참 대단했다. 프랑스가 오랜 역사와 많은 사람들이 이루어온 것들로 관광객을 모은다면, 바르셀로나는 가우디라는 위대한 천재 한사람으로 관광객을 모으고 있었다. 온 도시가 가우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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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지나고 봉평에 갔다가 오는 차에서 남편하고 아이하고 이런 이야기를 했다. 봉평일대는 이효석이 먹여살린다고.. 한 위대한 사람은 죽어서도 남들을 먹여살리는 것이었다. 광준이보고 너도 그런 위대한 사람이 되라고 푸쉬했다.
끝도 없는 달팽이 계단을 올라가는데 미국 고등학생쯤 되는 아이들 틈에 끼어 아주 괴로왔다. 청소년들은 동서를 막론하고 시끄럽고 말이 많고 부잡스러운가 보다(경상도 사투리) 달팽이 계단쪽으로 밀어뜨리고 싶은 것을 가까스로 참았다^^.
성가족 성당은 성당이라기보다 기괴한 자연이었다. 설명할 길이 그것밖에 없다. 그 기괴한 자연안에 한 비둘기 가족이 둥지를 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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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순서는 까사밀라였는데 성가족 성당도 국제 교사증으로 할인이 안되었는데 왠일로 까사밀라는 국제교사증으로 할인이 되었다. 교사증을 두고온 천안댁 언니만을 제외하고 모두 할인을 받았다. 기뻤다. 까사밀라 역시 가우디가 천재임을 입증하는 건축물이었다.
싸온 점심은 주차장까지 가기가 힘들어 성가족 성당의 피자헛에 들어가서 사먹었다. 한국과 비슷해서 주문하고나 먹는데 별로 불편하지 않았다. 점심먹고 집에 전화를 했는데 아이가 심드렁했다. 엄마도 안보고 싶은가보다ㅠㅠ
까사밀라에서 까딸루니아 광장으로 가는 길은 번화한 길로 여러가지 상점이 있을 뿐만 아니라 가우디가 디자인한 가로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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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딸루니아 광장의 거대한 방앗간(^^ 백화점)에 들어갔다. 시간을 정하고 각자 흩어졌다. 스페인의 물건 값은 싼편이고 물건도 좋은 편에 속했다. 한국에서 효과가 있다는 스페인산 살빠지는 크림을 오는 길에 약국마다 들어가서 있냐고 물어봤으나 없었다. 그러면서 오히려 프랑스제을 권했다. 이 백화점에서 물어봐더 없기는 마찬가지 였다. 혹시 같은 회사에서 나오는 제품이라도 있느냐고 물어봤는데 역시 없단다. 그럼 도대체 한국에서 파는 그 비싼 살빠지는 크림의 정체는 뭐란 말인가??
백화점에서 여정이 수영복과 나를 꼭 닮은 조카의 원피스를 샀다. 2-3만원 안팎이었다. 광장으로 나와 성가족 성당쪽으로 향했다. 그 이후로 족히 2시간 넘게 헤맸다. 방사형 도로라 길찾기가 아주 어려웠다. 묻고 헤매다 지쳐서 택시를 타기로 했다. 택시를 탔는데 머리가 허연 택시 운전사가 우리를 보고 윙크를 하는 것이었다. 천안댁언니가 어휴 느끼해 하며 창밖을 보았다. 운전사가 뭐라 뭐라 스페인 말로 묻는데 왕언니가 대답을 못했다. 내가 어디서 왔냐는데요그랬더니 왕언니가 세울이라고 했더니 안다는 시늉을 한 것 같았다. 그 다음에 뭐라 또 물었다. 내가 또 뭐라고 묻는데요 그랬더니 천안댁 언니가 어떻게 아느냐고했다^^. 그래서 그냥 첨 보는 외국인한테 물어볼 말이 뭐있겠냐 대충 때려잡았다고 했다. 하지만 처음엔 맞았는데 그 다음은 틀렸다, 왜냐하면 운전사가 두번째 왕언니의 대답에 고개를 흔들고 더이상이야기 안했기 때문이다^^
스페인에서 프랑스로 돌아오는 고속도로에서 길을 잃었다. 9시가 넘은 상황이었다. 주변이 캄캄해서 동서남북도 알 수 없었다. 북쪽으로 가다가 서쪽인지 동쪽인지로 잘못 빠진 것 같았다. 그래서 이 가우디가(으흠으흠^^) 하늘의 별자리를 보고 우리가 바로 가고 있음을 알아냈다. 천문에도 능한 가우디였던 것이었다.
또 돌아오는 길에 한 이야기중 하나는 가우디의 위대함이 어디서 왔냐는 것이었는데, 유럽에 오기 전에 읽었던 광준이 위인전집에 있는 가우디에 관한 내용에서 가우디가 한 여자을 사모했으나 이미 약혼자가 있어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다는 내용이 생각나 가우디가 위대한 천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결혼을 안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남자도 결혼하면 인생이 망가지는 것일까?
11시 반이 넘어 뻬르삐냥의 에탑에 가까스로 도착하여 잠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