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 생각

[스크랩] 사람을 살리는 문학

낭만 뱃사공 2011. 9. 19. 16:57

어느 시인이 있었습니다.
가끔가다 어릴 때 문학소녀를 꿈꿨으나 속절없이 늙어가는
아줌마들 모임에 초대받았습니다.

 

그 모임에서 어떤 아주머니가 울면서 이야기했습니다.
자식하고 둘이 사는데 자식이 죽어라 말도 안 듣고
공부도 안했더랍니다. 남의 집 일을 해도 시가 좋아서
번 돈으로 시집을 사서 좋은 시는 베껴서 화장실에도 붙여놓고
안방에도 붙여놓고 부엌에도 붙여 놓고 했답니다.

 

화장실에 앉아서 시를 읽을라치면 시간이 좀 걸리는데
자식은 엄마가 그러는게 싫어서 아침 일찍 일어나 화장실을
먼저 차지하고 안나오더랍니다.

 

어느날 자식놈 학교에서 교장선생님이 보자고 하길래 이놈이 무슨
말썽을 또 피웠나 걱정을 하며 갔더랍니다. 그랬더니 교장이 엄마
손을 잡으며 어찌 자식을 이리 훌륭하게 키웠느냐고 하더랍니다.

 

곡절인 즉슨, 교장선생님이 학교 조회시간에 김춘수의 꽃을 들려주고
이 시의 제목과 시인을 아느냐고 물었더니 전교 1등하는 놈 무슨 경시대회
일등하는 놈 아무도 모르더랍니다. 그런데 저 뒤에서 누가 손을 들기에
조회대로 불러서 물어봤더니 시인과 시의 제목을 정확하게 이야기하더랍니다.
교장선생님이 칭찬을 해주니 그때부터 반 아이들이 이 아이를 다시 봤겠지요.
그때부터 성적이 쑥쑥 올라가더니 전교 20등인가까지 올라가더랍니다.

교장선생님이 아이에게 어찌 그 시를 알았냐고 물었더니 우리 엄마가

화장실에 붙여 놓은 시가 바로 이 시라고 하더랍니다.

엄마 화장실에 못 들어가게 화장실에 오래 앉아 있다보니 안
읽을라야 안 읽을 수 없었겠지요..

 

학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도 모르고 엄마는 아이가 공부도 못하고 말안듣는
아이로만 알고 있었는데, 교장선생님한테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문학이 사람을
살렸다고 울더랍니다.

 

몇년이 흘러 이 시인이 국어과 중등교사 연수에 가서 이 이야기를 잠깐 했더랍니다
그랬더니 그 교사중에 하나가 손을 들더니 그 이야기가 바로 자기 이야기라고
했답니다. 그 홀어머니의 말썽장이 아들이 국어 교사가 되었던 거지요.

 

이런 드라마틱한 일을 누가 믿겠냐고 말씀하셨어요.

 

여기서 김춘수의 꽃 나갑니다.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달빛아래 숨은꽃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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